집 앞에 공원이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긴 산책을 한다. 한 주를 마무리하고 또 시작할 준비하는 일요일 아침, 단단히 무장하고 산책을 시작한다. 날마다 걷는 코스인데 눈 덮인 모습은 또 새롭다. 겨울에는 조용한 산책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움직임보다는 머무는 계절이니까. 그래도 코끝에 닿는 신선하고 상쾌한 바람이 그리울 땐 창문을 열어두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마냥 눕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 두꺼운 겨울 양말을 신는다. 두 겹의 바지를 입고 얇은 내의와 경량 패딩을 껴입고 그 위에 두툼한 패딩을 걸친다. 장갑과 목도리 그리고 털모자도 잊지 않는다. 겨울이 산책을 부를 땐, 정중히 예의를 갖춰 계절에 맞는 옷을 챙겨 입고 나서야 한다.
모든 계절의 산책을 사랑하지만, 겨울의 산책은 다른 계절과 조금 다르다. 용기가 필요하다. 차가운 공기를 정면으로 마주할 마음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얇은 볼에 닿는 냉랭한 바람을 허락하고 스쳐간 자리에 남는 발그래한 홍조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씩씩함이 필요하다. 첫걸음은 차갑지만 오십 걸음 뒤에는 제법 걸을만하고 백 걸음 뒤에는 몸에 온기가 돈다. 나오길 잘 했다. 사실 눈 내린 날의 산책은 생각보다 춥지 않다. 되려 보송보송한 이불을 덮은 거리를 보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다부진 마음이 필요할 땐 겨울의 산책을 권한다.
우리는 하루 중 얼마나 내 몸을 의식하며 움직일까? 시간이 되었으니 나갈 준비를 하고, 이리오라 해서 오고 저리 가라 해서 가는 것이 아닌. 움직임의 이유가 나에게 있고, 방향과 목적을 또렷이 한 채 걸음을 딛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겨울의 산책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그 누구도 등 떠민 적 없는 곳을 향해 늠름한 마음으로 걸어 나간다. 추위 속에서는 미온의 열도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법, 천천히 걸으며 마실 따뜻한 차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번 주말에는 조금 더 긴 겨울의 산책에 나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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